ℓ당 2000원까지 오른 휘발유값이 일반인들 출ㆍ퇴근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바로 자전거의 등장이다. 인터넷 쇼핑몰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자전거 판매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해 업체별로 20~25%가량 증가했다. GS이숍은 25% 증가했으며 옥션도 25%가량 증가해 총 1만9500여 대가 판매됐다.

판매되는 제품은 대부분 20만원 이하다. 10만원 이하 제품이 38%, 10만~20만원 제품이 전체 중 42%를 차지한다.

서민들 허리띠 졸라매기는 중고제품 구입으로 이어져 중고 자전거 구매도 부쩍 늘었다.

박지영 옥션 대리는 "지난해 대비 중고 자전거 판매 수가 30%가량 늘어나면서 5월에만 3000대가 팔렸다"며 "4만~6만원대 제품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박 대리는 "지난해 같은 기간 중고 자전거가 3만~5만원대에 거래됐던 데 비해 평균 가격이 2만~3만원가량 높아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 같은 결과 옥션이 상반기 히트상품 10가지를 선정할 때 접이식 자전거가 총 6만1000대 팔리며 당당히 4위를 차지했다.

국내 자전거 시장점유율 40~50%를 차지하는 삼천리 관계자는 "자전거 판매 수가 늘었다고 하는데 당장 우리 회사가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며 "보통 유통이 한 달은 걸리기 때문에 그 정도는 지나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고유가로 연일 자전거 판매는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 제조된 제품은 거의 없다. 서울시내 한 자전거 판매점에서 한 고객이 자전거를 살펴보고 있다. ＜김재훈기자＞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자전거를 제조하는 회사는 거의 전무하다. 매년 자전거 수요는 늘고 있지만 현재 200만여 대 규모 국내 자전거 시장에서 국산 자전거는 1%도 안 된다.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몇 년 전부터 값싼 중국산 제품이 밀려오면서 경쟁상대가 안됐다. 결국 대형 자전거 업체들은 국내에서 제조 기반을 전부 철수했다.

삼천리도 국내에서 개발ㆍ디자인 등을 모두 끝낸 후 중국 업체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2002년부터 1만평 규모 공장을 비롯하여 2005년까지 세 곳 한국 공장을 모두 철수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자전거 업체는 남아 있어도 정작 자전거 부품 업체는 모두 사라진 상황.

한국자전거공업협회에 따르면 한때 40개를 넘었던 국내 자전거 부품 업체는 2004년도에 21개로 반으로 줄어든 후 현재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서태병 자전거공업협회 전무는 "2000년까지만 해도 생산을 하던 자전거 업체들이 중국에서 조립을 해오다 보니 국내 부품 업체들이 아예 문을 닫거나 자동차 부품 쪽으로 업종을 전환했다"며 "국내에도 일부 가내 수공업 형태 자전거 조립 업체들이 남자 있지만 부품은 전부 수입해 오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삼천리자전거에서 명예퇴직한 유영순 대표가 설립한 경남 양산의 영사이클도 마찬가지다. 산악ㆍ경기용 자전거를 주문형 방식으로 생산하는 유영순 대표는 "5만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아동용 자전거가 들어오니 국내산은 이길 수가 없었다"며 "부품 업체가 전부 죽으면서 우리도 일본 등 외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고가 경기용 자전거만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한때 5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기도 했던 대영자전거는 부도를 딛고 현재는 거의 유일하게 국내 제조기반을 갖춰 재기에 나섰다. 하지만 그마저 프레임과 일부 부품만 자체적으로 개발한다.

육종영 대영자전거 대표는 "이젠 국산 자전거라는 개념이 사라졌다"며 "80년대까지만 해도 취급도 안했던 대만 자전거는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지원하면서 이제 세계적인 수준이 됐다"고 씁쓸해 했다.

[안정숙 기자]